빵을 사면 하나씩 들어있는 스티커를 수집하고자 편의점, 마트 할 것 없이 이른 아침부터 긴 줄을 세우게 만든 이른바 오픈런의 주역, 30, 40대의 어린 시절 추억 속 만화 캐릭터 정도가 아니었습니다. 이제는 전 세대에 걸친 문화 아이콘으로 급부상한 포켓몬스터. 스티커 수집가들, 혹은 수집가들을 대신한 사람들의 줄을 세우는 것은 포켓몬 빵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최근 들어 대형마트나 오락실 등에서도 길게 늘어선 줄을 볼 수 있는데, 이 또한 포켓몬빵대란에 버금가는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줄을 선 사람들은 원작에서 포켓몬을 잡을 때 사용하는 몬스터볼 모양이 새겨진 플라스틱 카드를 손에 쥐고 있는데, 이는 게임을 통해 획득한 포켓몬카드라고 합니다.

이 포켓몬카드에는 QR코드가 프린트되어 있고 QR코드를 인식하는 슬롯에 삽입하여 게임 내에서 해당 포켓몬으로 결투를 할 수 있는 방식입니다. 이 게임이 바로 요즘 핫한 게임, 포켓몬가오레입니다.
포켓몬스터라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보통 피카츄나 파이리, 꼬부기 같은 귀여운 캐릭터들이라 아이들의 게임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만, 어쩐지 줄을 서 있는 사람들의 연령대가 다양합니다. 대체로 30, 40대 그리고 유아부터 청소년, 심지어 머리 히끗한 50, 60대도 보이는데, 이는 부모와 아이, 다양한 세대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요소가 게임 내에 분명 존재한다고 보이는데요. 이 게임의 목적, 목표가 뭐길래 이렇게 사람들을 끌어모으는 걸까요?
주말 오후, 저 역시 궁금함을 이기지 못하고 길고 긴 줄서기를 버텨내고 게임을 직접 플레이해 봤습니다. 꾀나 복잡해 보였던 첫인상과 달리 게임 자체는 매우 단순했습니다. 포켓몬을 출전시켜 대결을 하고 승리하면 상대 포켓몬을 가질 수 있는 기회가 생깁니다. 그리고 최적의 타이밍에 버튼을 누르는 것과 약간의 운이 따르면 높은 등급의 포켓몬을 잡을 수 있게 되고 게임 내에서 잡은 포켓몬을 실제 플라스틱카드로 소유할 수 있게 되는, 또 그 소유하게 된 포켓몬카드를 슬롯에 삽입 후 아군으로 출전시킬 수 있는 방식입니다. 엑스트라배틀, 서포트포켓몬 등 게임 내 특수한 시스템도 존재하며, 화면 전환과 결과 도출이 비교적 빠르기 때문에 단순하지만 지루하지 않은 플레이가 가능했습니다. 단 한 판 플레이로 '중독성이 있으니 시작을 하지 말라'는 말에 동의하게 되었습니다.

포켓몬가오레, 이 게임의 목적, 목표는 바로 포켓몬빵대란과 동일한 '수집'에 있었습니다. 띠부띠부씰 때와 다른 점이 있다면 그 수집의 과정이 게임의 형태를 띄고 있고, 내가 산 빵에서 어떤 스티커가 나올지 모르는 불확실성이 없다는 점입니다. 또한 단순히 구매를 통한 수집품 소장이 아닌 획득을 위한 일정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부분에서는 큰 차별성을 두고 있습니다.
자, 그런데 이 게임. 돈먹는 하마라는 오명도 존재합니다. 바로 게임 1회에 1,500원, 잡은 포켓몬을 카드로 수령하기 위해서도 1,500원이 필요합니다. 플레이 시간은 빠르면 4분, 배틀이 길어지면 5~6분가량인데 일반적으로 3,000원 정도 들어갑니다. 두 판은 6,000원 세 판은 9,000원 정도 든다고 하니 오명이라고 하기엔 그 별명이 납득이 되는 수준입니다. '뭘 구천 원씩이나'라고 할 수 있지만, 이 게임기 앞에 늘어선 줄을 보면 그 또한 이해가 됩니다. 줄 서는 시간이 길다 보니 보조의자, 캠핑의자등을 펼쳐놓고 대기하는 장면도 마트, 게임장 할 것 없이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기다리던 줄에서 만난 한 어린 포켓몬수집가피셜로는 전설의 포켓몬을 잡겠다는 마음을 먹고 온 사람들은 두세 판이 아니라 열 판 이상은 기본이라고 합니다. 게임 열 판 플레이 비용, 3만 원으로 할 수 있는 것들이 무엇이 있나 생각해 보기도 했지만, 저 역시 수집가의 피가 흐르고 있기 때문에 그들의 열정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게임비는 그렇다 치고 문제의 소지가 다분한 것이 바로 이 플라스틱 카드입니다. 높은 등급, 이른바 전설 포켓몬이라 불리는 카드가 중고나라나 당근마켓을 통해 높은 가격에 거래 되고, 심지어 복제품, 가품까지 돌아다니는 판국이라 비교적 어린 유저가 많은 게임인데, 수집품 거래를 통해 사행성 조장 논란이 불거진다는 우려 섞인 기사도 쏟아지고 있는 실정입니다. 공식 발매된 포켓몬 카드 수납 케이스도 현재는 절판되어 웃돈을 줘야 살 수 있다고 하니 포켓몬가오레 또한 허니버터칩, 포켓몬고, 띠부띠부씰 등과 같은 노선의 유행이 아닌 하나의 현상, 신드롬으로 봐도 무리라고 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이 유행이 언제까지일지는 모르겠지만 다양한 세대가 공감하며 즐길 수 있는 게임이 오랜만인 만큼 이제는 민속놀이가 된 '스타크래프트'처럼 오래도록 즐기는 게임이 되길 바랍니다. 다만, 게임 비용은 조금 줄여도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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